거짓말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치치가 길을 가다 멋진 빨간 자동차를 발견한다.
"잠깐만 빌려 가야지."
"주인 찾을 때까지만 내가 갖고 있어야지."
그리고 숲에 놀러 갔더니, 토비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토비야, 뭐 해?"
"치치야, 빨간 자동차 못 봤어?"
'아, 그 자동차!'
갑자기 머리가 깜깜해지면서 치치는 그만......
"못 봤어!"라고 말한다.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네일은 돌려줘야지!'
(치치야,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니???)
다음날 용기를 내어 토비에게 말한다.
"토비야, 있지......"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사실을 말하기에 타이밍이 늦어버린 듯......)
"토비야, 있잖아......"
"있잖아, 토비야."
치치는 가슴이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따끔 아팠다.
거짓말은 가시인가 보다.
어떻게 하면 가시를 뺄 수 있을까?
(용기를 내고, 사실을 말해야지!!!!)
그리고 치치는 토비에게 가슴에 가시가 박혀 아프다고 말한다.
토비는 그럼 가시를 빼라고 말하지만, 치치는 집으로 가버린다.
"휴우~~~~~"
그때 똑! 똑! 똑!
토비가 찾아온다.
"어떡하지? 어디에 숨길까?"
그러나, 토비는 치치의 가슴에 박힌 가시를 빼주러 온 것이었다.
그 고마움과 미안함에 치치는 드디어 말을 한다.
"나, 거짓말했어. 토비야, 이 자동차 네 거지?"
(말을 내뱉기 힘든 말이 있다.)
사실 토비도 형의 자동차를 몰래 들고 나와 거짓말을 했고, 치치처럼 가슴이 따끔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치치는 단번에 말한다.
"토비야, 형한테 빨리 돌려주러 가자!"
(맘 졸이던 치치의 올바른 성장 모습을 볼 수 있어 흐뭇하다.)
사람들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치치 역시 돌려주려는 마음이 있었으나, 막상 자동차를 찾는 토비를 보자, 뭔가 잘못한 느낌에 당황하여 불쑥 거짓말이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미 내뱉은 거짓말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쉽게 고백하지도 못한다. 치치의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우리는 거짓말을 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채, 책임만 묻게 되는 상황이 많다 보니, 거짓말을 했을 경우 밝히기보다는 마음먹고 들키지 않으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거짓말은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기에 나쁘다. 하지만, 적어도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거짓말로 인해 곤경에 빠진 까마귀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가슴이 따끔따끔 거리는 거짓말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다. 이 책은 표지가 인상 깊었다. 한 표지에는 토끼가 푸른 숲에서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고 있고, 한 표지에는 까마귀가 검푸른 바닷속으로 꼬르륵 꼬르르 사라지고 있다.
(표지를 보는 순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책을 넘기기 조금은 두려웠다.)
나와 곰(규리)과 토끼(태경이)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나에게 토끼가 몰래 곰의 발을 걸어 보라고 한다.
나는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곧이어 곰이 넘어지고, 곰은 "누가 그랬어!" 하면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때 토끼가 나를 보며 말한다.
" 네가 그랬잖아."
나는 내가 아니라고 아무리 해명해도 곰은 믿지 않고, 나만 따로 집으로 가야 했다.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 그런데 까마귀가 발을 걸었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태경이가 발을 거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또 규리가 기막힌 타이밍에 스스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수 도 있지 않나? 진실이 뭐지? )
그날 저녁, 곰의 엄마는 잔뜩 화가 나서 우리 집에 전화를 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엄마가 사과를 하고, 나는 엄마에게 내가 그랬던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믿지 않는다.
(진실은 둘째 치고, 나는 아이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 줄 수 있을까? 아니! 어떤 말이라도 믿어줘야 한다고 마음먹어본다. 근데, 자초지종을 듣고 사과부터 하는 엄마를 보면 까마귀는 원래 조금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고, 진짜 까마귀가 하고도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아~~~ 이 책 너무 마음이 어렵다.!!!!)
"친구 괴롭힌 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니?"
"잘못했다고 하기 전에는 안아주지 않을 거야!"
나는 펑펑 울다 잠이 들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유야 어찌 되었건 내 아이를 안아줘야 하는 건 아닐까? 제삼자의 입장이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내가 까마귀라면 어땠을까? 견딜 수 있었을까?)
깁스를 한 곰의 엄마가 학교를 오고, 내게 소리를 질렀다.
토끼는 겁먹은 표정으로 떨며 친구들 뛰어 숨어있었다.
(책을 같이 읽던 아들은 토끼에게 한방 먹여주고 싶다고 분노했다.)
내가 토끼가 했다고 말하자, 토끼는 울어버리고, 아이답지 않게 맹랑하다며 곰의 엄마는 더 화를 냈다.
나는 그날 밤 또 엄마에게 혼나고 집을 뛰쳐나간다. ㅜ.ㅜ
그리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풀고 부풀어져 잘 지내던 친구들 선생님....... 심지어 나의 가족들까지 모두 나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까마귀 편에 서서 소리를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이 부분에 대해 아침식탁에서 두 남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문제들이 내가 했다는 일로 되어버렸다......
시커멓게 변한 나의 마음들이 씻어도 떨어지지 않고, 커졌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외로웠을까? 자신에게 쏟아지는 눈빛들과 말의 압박감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숨 쉬며 살 수 있을지 알았다.
"내가 그랬어요......"
(압박감에 의한 거짓말...... 거짓말로 인해 숨 쉴 수 없을 지경이 놓인 까마귀는 또 다른 거짓말로 작은 숨을 내쉰다.)
한시름 던 표정의 토끼......
그리고 마지막 태경이의 또 다른 행동이 정말 소름이 돋았다.(책을 읽고 확인해 보시길...)
그리고 그 행동을 보고도 모른 척 해 버릴 수밖에 없는 까마귀......
(태경이는 왜 그랬을까? 태경이의 마음 또한신경쓰였다. 알고 싶었다. 왜그랬니?)
가슴이 따끔 거리는 정도의 거짓말 vs 숨을 못 쉴 정도의 거짓말
너무도 다른 거짓말에 혼란스러운 아침이다.
무엇이 어찌 됐건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회에서 너덜너덜해왔을 때 언제나 안길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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