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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이 있어요 제주43사건 역사그림책

책리뷰

by Carlos1122 2024. 3. 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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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이 있어요
글   오시은
그림   전명진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역사를 알아야한다. 그래야 기억하고 잊지 않을것이다."

 

 

이번 겨울방학 전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게 되었다.

아이들과 제주로 향하는 배에 차를 싣었다.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가족은 해설사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제주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무참했다.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 집단학살. 영문도 모른체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앞에서 그저 먹먹하고, 눈물이 고였다.
"작별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4.3사건관련 그림책들을 아이들과 읽기시작했다. 그랬기에 다시 한번 우리가족들이 제주4.3사건을 기억하게 해준 「곤을동이 있어요」 서평단 당첨이 되었을때 너무 감사했다. 

 

 

작가는 말한다.

"잘지내나요?"

 

(이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떤 의미일까?

덕분에 잘지낸다고, 이제라도 잘알고, 잘기억하고 살겠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그대들도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다른 곳에서 조금이라도 편안히 지내라고 말하고 싶었다.)

 

바위가 말한다.

"나는 이끼가 낀 그대로예요. 붙박인 자리에서 마을이 있던 곳을 봅니다. 모두 사라졌지만 모든 것이 생각납니다."

 

(좋은 세상이 되었으니 그저 잘 살고 싶었을텐데, 좌우로 갈린 그 신념이 뭐길래 사람들에게 무참한 짓을 저지르고 그들의 알록달록 한 삶과 삶의 터전을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게 만들었을까?)

 

따스한 봄바람속에 노오란 유채꽃 풍경삼아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웡이자랑  웡이자랑"

 

사람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곡식을 갈고,

"이어도 방애 이어도 방애"

 

밝아진 횃불에놀란멸치가 튀어오르고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고,

"엉허어야디야  엉허어야디야"

 

파란 가을하늘 아름답게 흩날리던 감물들인 옷감

 

밭담을 솜이불처럼 덮었던 하얀 눈을 보며 그저 잘 살고 싶었을 뿐이였을텐데.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노래지만, 그 희망참이 귓가에 맴돈다.)

 

그 아름다운 삶에 뒤숭숭한 소문이 담을 넘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소문이 마을을 덮친날 따스한  바람은 붉은바람이 되어 마을과 사람들을 덮친다.

 

모진바람, 모진불길,모진말,모진몸짓
"너 빨갱이지?" "폭도들 어디 숨겼어?"
"탕! 탕! 탕!"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답답했을까? 제주 4.3평화공원 박물관 속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돌아온다는 가족들은 돌아오지 않고, 그 슬픔과 답답함에 화병이 걸려 목에 혹이 생긴할머니가 생각이난다.)

 

모진세월견뎌낸 굳건한 나무가 흔들리고 아리따운 붉은 동백꽃잎도 툭! (얼마나 무서웠을까?)

너무 기가차서 한숨마저 삼켜버린 침묵. 그리고 빛나는 파란 바다는 멍이 든 바다가 되었다.

 

파도는 다 알고 있었겠지.

(이 중요한 일들을 나는 왜 이제야 관심을 가진걸까? 잊혀진이름과 툭 떨어진 동백 꽃송이가 하얀 눈 밭에 툭 떨어진 장면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맞혔다.  그 뒤 장면에서는 이제라도 알아주니 고맙다며 하얀나비가 되어 따스한 바람에 춤을 추는 것일까? 노란유채꽃밭 돌담사이를 날아다니는 수많은 나비들의 그림이 압권이다.)

 

「그림책 곤을동이 있어요」는 하얀 얼굴에 눈,코,입없이 동백꽃을 든 소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표지 그림을 보니, 제주4.3평화공원 박물관의 첫 관문인 "백비(비문없는비석)"이 생각났다. 아직 역사적으로 정명이 되지 못한 역사이기에 진정한 해결이 이루어지는날, 비문을 새기고, 비석도 새워질거라고 했던 비석말이다.  먹먹한 앞표지를 뒤로하고 들여다본 책 속에는 일본이 물러간 뒤 자유롭게 평화를 누리던  제주의 희망찬 일상과 삶의 터전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점 붉고 검게 변한 제주의 한 마을을 그려 확실한 대비를 보여주었다. 총을 든 사람 한명 그려져 있지 않지만 검은 바탕속 흩날리는 빨간 동백꽃만으로도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충분했고, 최고의  장면은 하얀 눈 밭에  툭, 툭 떨어진 수많은 동백꽃이였다.

 

역사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책이였다. 4.3.사건은 개인의 삶이 무참히 희생된 사건이다. 역사 속에서 정치이념이 중요하긴 할테지만 개인의 삶이 그보다 가치 없는 것이였을까 생각하게된다.  역사는 사람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기억해야함은 분명하다. 그 아픔을 감히 공감할 수 없지만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희생된 넋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억해주고, 그 기억과 작별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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