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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이희영작가- 창비

책리뷰

by Carlos1122 2024. 8. 2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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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페인트」, 「테스터」를 시작으로 이희영작가님의 펜이 되었다. 최근에 읽은 「셰이커」, 「소금아이」,「나나」,「보통의 노을」, 이제 곧 읽을「 페이스」까지 이희영 작가님의 책은 무조건!!!!! 본다. 무조건 책을 집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희영작가님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우리에게 "괜찮아."라는 다정한 위로와 응원을 건내주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책들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면 좋았겠지만, 게으름에 책장에만 꽂혀있다.ㅋㅋㅋ)

 

 

최근에 읽은 「셰이커」에서는 반지를 전하기까지의 시간여행을 너무나 재미있고, 가슴저릿하게 이야기해 주시더니, 이번에는 귤을 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너무나 애잔하게 해 주셨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귤은 겨울제철과일이지만, 더운 여름 한알 까먹으면 더위가 가실만큼의 상큼함이 있다. 하지만, 여름 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비싼 가격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과일이기도 하다. 이런 여름의 귤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안고 책을 펼쳤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열세살 많은 형 선우진의 이야기

고등학교 때 세상을 떠난 형 선우진과 똑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된 동생 선우혁의 이야기

 

"처음 고등학교 교복을 입던 날 엄마는 눈물을 보였다. 차라리 엉엉 소리 내어 울면 좋을 것을, "

(왜일까? 물음표가 생겼다.)

 

등교가 시작된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학교를 표현한 센스있는 글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에 헤어진 형과 똑 닮았다는 말에 묘한 감정이 생기면서 살아있었다면 형의 모습이 '미래의 나'가 된다는 말과 함께 동생은 '과거의 형'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던 형의 방문을 연다. (이 방은 엄마아빠의 가상공간 이었을지 모른다.)

 

"기억이 없으니 추억도 없다. 그리움도 불가능했다."

"메타버스에서 퇴장하듯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형은 두 번 다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입장하지 못했다."

 

특별한 것 없는 학교생활 중 선우혁은 어느 옷에나 잘 어울려 쉽게 손이 가지만 가장 좋아하는 옷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검은 티셔츠 같은 절친 도운과 메타버스 이야기를 나눈다. 도운은 다른 또래들과는 다르게 메타버스 속 낚시를 즐기는 친구다.

( 메타버스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다.)

그리고 반장의 부탁으로 과제를 내러 교무실에 갔던 선우혁에게 담임선생님이 귤을 주시고, 동료교사에게도 귤을 권하는데, 거절당한다. 

 

"선생님도 하나 먹어 봐요. 친구가 보내줬어. 봄 귤인데 맛은 달아."

"아, 죄송해요. 저는 좀......"

(이때귤이 처음등장. 눈치채지 못한 나!!!)

 

그리고 윤리시간, 아이들은 너도나도 꾸벅꾸벅 존다. (내 학창 시절 윤리시간도^^::)

그러자, 윤리선생님께서는 "이게 다 그 잘난 메타버스 때문이지."라며 화를 내신다. 그러고는 "나 때는~"  하시며, 가우디라는 집 짓는 게임 이야기를 하신다. 내 집 없는 설움을 메타버스상에서 집을 짓고, 꾸미고, 초대하며 대리만족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윤리선생님의 말과 동시에 흐릿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그리고  형의 방문을 연다. 

 

"혁이가 블록으로 집 만드는 것처럼, 형도 요즘 집 짓고 있어. 가우디에서. 그게 뭐냐고? 음, 혁이도 크면 알게 될 텐데......"

 

"가우디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입장하실 열쇠를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형의 또 다른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럼과 동시에 형을 사칭하고 형의 메타버스공간에 들어간 자신을 질책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가우디에서 형의 입장을 반기는 "곰솔"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선우혁은 생각한다.

 

"어쩌면 인간의 진짜 세상은 핸드폰과 노트북 그리고 XR헤드셋 너머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비밀번호로 봉인된 곳. 그런 의미라면 이곳 가우디는 형의 진짜 세계일지도......"

 

그리고 곰솔은 말한다.

"너 없는 동안 내가 이 집이랑 정원 관리하느라 엄청 고생했어."

 

그리고 선우혁은 곰솔이 누구인지? 형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형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였는지? 더욱 궁금해한다. 급기야, 부모님들이 모아둔 형의 자료에 손을 댄다. 그리고 프프를 통해 형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형의 자료를 이용해서 만든 '프프'라는 것이 나오는데, 신기하면서도 나라면 과연 프프를 통해서라도 그리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도운과 함께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다 도운과 어떤 여자아이의 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도운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도운은 자신이 이용하는 메타버스 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 나한테 되게 소중한 곳이다." 

"터치 한 번이면 쉽게 사라지는 허상이라 해도 나에게는 정말 특별한 공간이야."

"때로는 현실보다 중요해. 아니, 현실이 아니라서 더 소중할 수 도 있겠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 선우혁은 생각한다. 

'나는 진짜 녀석을 보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눈앞의 리버(도운아이디)가 진짜 도운일까?" 

 

그리고 바쁜 부모님들이 없는 틈에 선우혁은 형의 가우디에 접속을 하며 곰솔이 누구일지? 형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고민해 나간다. 그리고 형의 방을 드나들면 형의 기억을 밟아나간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과정에 작가님은 힌트를 다 숨겨놓으셨다.!!!)

그래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형의 친구였던 수민이 형을 찾아간다.

 

"우리형말이에요."

"우리 형은 어떤 사람이었어?"

 

그리고 수민이 형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수민이 형이 알고 있는 형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선우혁은 생각한다.

 

'그저 어린 동생을 많이 예뻐했다는 부모님의 증언.  너무 어렸기에 내 기억에는 없는 형. 함께 시간을 나눈 형의 친구.' 

 

어쩌면 형과 함께 시간을 나눈 사람들도 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일 거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절친 도운과의 대화를 통해 복잡한 마음을 내비친다.

 

"누군가 선우혁이 어떤 친구였냐 물으면 뭐라 답해 줄 거야?"

"뭘 뭐라 해. 내가 아는 것들만 얘기하겠지. 그 이상 뭐가 있겠냐?"

 

자신이 경험한 내 모습만 알고 있단 뜻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판단하는 게 맞는 걸까?

 

그리고 도운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선우혁은 해결을 자처한다. 그 일 또한 내가 보는 상대의 일면만이 진실이고 전부라 믿는 사고방식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결과 제멋대로 오해하고 혼자서 상처받는 도운이가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도운이는 이유도 모른 체 한순간 괴물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소식에 토끼처럼 귀를 세우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흥미를 보이느냐가 관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참과 거짓은 중요치 않았고,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이라 믿으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리고 도운은 낚시터에 앉아 말한다.

 

"네 말대로 참 어렵더라."

"인간의 마음은 볼 수도 없고,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이 전부도 아니다. 같은 세대, 비슷한 환경에서 산다 해도, 모두의 생각과 마음은 다르다. 그래서 오해가 쌓이고 마움과 다툼이 생기겠지."

라고 말하며, 자신의 왕따시절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생활하는 과정에 혼자만의 온전한 휴식을 위해 메타버스 낚시터에 온다는 도훈의 말에 선우혁의 가슴을 건드린다.

 

그리고 선우혁은 생각한다.

 

'원하는 가상세계에 접속하듯. 현실에서도 다들 자신만의 세계 속에 사는구나.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믿었다. 그런데 도운과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도운은 선우혁이란 친구 한 명이라도 옆에 있기에 다시 웃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선우혁은 생각한다. 

'나는 도운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모든 것을 공유할 만큼 절친한 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가까운 사이라 자부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건 도운의 한 부분이었다. 물론 나 역시 도운에게 형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이제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선우혁은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애쓰면서 사는 것 같아. 너무 애쓰지 마. 슬픔과 아픔을 감추고, 괜찮은 척, 밝은 척 사는 게 인간이다. 내가 처음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날, 활짝 웃는 얼굴에 눈물이 차올랐던 엄마처럼. 아들에게까지 아픔을 숨기려 어색하게 웃던 아빠처럼 말이다.'

 

도운과의 일이 있은 후 선우혁은 형의 2학년 담임선생님이었던 교감선생님을 찾아가 형의 기억을 더듬고, 금기시되던 형의 이야기를 엄마와 나눈다. (비밀리에 형의 프프와 대화를 나누었었는데,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역시 엄마들은!!!)

 

그리고 선우혁은 생각한다. 

'가장 친했던 형의 친구는 형을 무던한 성격이었다 회상하고, 오래전 담임은  조용하고 책임감 강한 학생이라 생각하고, 엄마는 애교 많은 수다쟁이 아들이라 회상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상대만 알고 있다. '

'그럼 가우디 속 곰솔은 형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선우혁은 곰솔의 기억조각을 쫓는다.

 

그러던 여느 날, 우연찮게 들렀던 교무실 한 선생님의 책상에서 가우디 속 형의 아바타와 관련된 두 가지를 보게 된다.

'바다그림, 머그잔 손잡이의 귀여운 방울뱀' 그리고 '이해송 선생님'...... (와! 쾅! 빠직!!!)

 

그리고 서로를 알게 된 '곰솔'과 '선우혁'은 몰랐던 듯 메타버스에서 예의를 갖춰 마지막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현실에서 다시 만나 귤을 건넨다. 이해송 선생님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13년 동안 먹지 못한 귤을 받아 들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선우혁과곰솔이 좋아했던 귤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또한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이기도 함과 동시에 삽화처럼 끼워져 있는 ♥곰솔의 편지♥ 가 압권이다. 남녀고등학생 2명의 간질간질하고, 애틋하고, 슬픈 사람이야기( 불량식품 같았던 소문들로 인해 현실세계를 피해 가상의 공간에서 나눴던 둘만의 이야기, 남자친구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해송의 이야기를 읽으며 거의 오열....... ) 꼭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

 

너무 좋았던 문장들이다. 

 

"나라는 사람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혹은 친근하게 여기는 프레임, 사회적 위치,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내가 된다."

 

"열길 물 속보다 깊은게 인간이니까. 타인이 보여주는 모습을 존중하되, 그것이 전부라 단정 짓지 않으면 된다.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없다."

 

"자연도 한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벚꽃은 봄의 상징, 은행나무는 가을의 표상이 된 건 바라보는 인간들이 그냥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서로 다른 추억과 이미지가 덧 씌워지듯이"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는 글이였다. 겨울 =귤 또한 인간들이 만든 의미. 여름에도 귤은 먹을 수 있다.^^ 비싸서 맘껏 까먹지 못해서 그렇지^^;; 그리고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그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되는 사람이 얼마만큼 자신을 보여 줬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그리고,

 

"나는 나의 모습을 얼마만큼 보여주고 있을까?"

 

메타버스공간 이라는 설정으로 현실 속 나와는 다른 또 다른 나를 꾸미는것이  현실적으로 와 닿았던 책이다.(요즘아이들이 휴대폰속에 빠지는 이유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죽음사람에 대한 기억.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관계. 현실 속 사람들과의 관계. 뭐 하나 연관성 없을 것 같은 단어들이지만 모두 관계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두는 일은, 타인이 아닌 낯선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인 것 같다.'는 말에 꽤 오랜 시간 머무른 책이었다. 

 

(너무나 재미있고, 의미있게 본 책이라, 주저리주저리 글이 엄청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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