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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종다리의 노래 배익천지음 한병호 그림 키큰도토리출판사

책리뷰

by Carlos1122 2024. 8. 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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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매미들의 함성이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요즘이다. 매미들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 걸까?

 

풀종다리의 노래

 

이번에 기록에 남겨두고 싶은 그림책 속에서도 풀숲 왕국에서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풀종다리 한 마리가 나온다. 그런데, 풀숲 왕국 풀무치 대왕이 목소리가 고운 풀종다리를 감옥에 가두는데......

그랬다. 풀무치 대왕은 지독한 쇳소리로 온갖 명령을 내리는 권력자였던 것이다.

 

"이 풀숲에서 제일 부드럽고 맛있는 풀은 다 내 것이다."
"나는 대왕이니 너희들은 내 말을 하늘같이 믿고 따르도록 해라."

 

그런데, 왜 풀종다리를 감옥에 가둔 것일까요?

노래를 잘 부르는 게 부러워서? 다른 풀벌레들이 그 노래를 좋아해서?

 

 

풀무치 대왕이 풀종다리의 노랫소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한  이유는 풀종다리가 풀숲왕국의 다른 벌레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주기 때문이었죠. 

 

"고얀 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제멋대로 노래를 지어 불러!"

 

 

풀종다리가 잡혀갔다는 소문이 퍼진 풀숲왕국은 어땠을까요?

 

"노래는 함부로 부르는 게 아니야."

"이럴 땐 노래를 못 부르는 것도 큰 복이란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예 노래를 못 하도록 입을 막기도 하고, 풀무치 대왕의 쇳소리의 노래가 유행하기도 한다.

(나 또한 누군가 해결해 주겠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벌레들은 곧 깨닫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불러준 풀종다리의 소중함에 대해서요.

 

"풀종다리가 없으니 세상이 깜깜해. 그렇게 좋은 친구인 줄 몰랐어."

"이건 풀무치 대왕의 음모야."

"우리들의 귀를 못 쓰게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풀벌레들은 작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풀종다리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풀종다리의 아내가 동산처럼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냅니다.

 

"모두 붙잡혀 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 해도, 나는 내 아기에게 노래를 가르칠 거예요!"

(독립운동가의 아내분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힘찬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풀종다리들의 노래를!

풀숲 왕국을 위한 노래를!

 

가자 우리 모두

닫힌 입 열어주고

막힌 귀 뚫어 주는 

노래 부르러

휘리릭리 휘리릭리.

 

「이 책은 만들어진 이유가 흥미롭다. 1992년 mbc동조합파업 때 손석희 아나운서를 비롯한 노조원들이 구속됐고, 당시 부산 mbc에 근무하던 배익천 자가가 동료인 손석희 아나운서에게 짧은 동화 한 편을 보냈다고 한다. 동화는 당시 시대의 현실을 비판한 우화로, 무소불위의 역사를 풍자하는 내용이었고, 그 동화가 바로 풀종다리의 노래였다고 한다. 」

 

실제 풀종다리는 몸집이 많이 작아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무치 대왕의 거대한 힘에 맞서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는 용기. 과거의 역사 속 현재의 역사 속에서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냈던 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부당함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모습인가?  나는 과연 용기 내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좋은 것만 되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 있는 강자의 목소리 속에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기에 여전히 쉽지 않은 세상이기에 짧은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주제 아니야?" 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곳에도 풀종다리의 노래를 대입시키기에 거리낌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요즘이다. 그래서 읽어야 한다.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세상의 많은 불의를 만났을 때 옳은 마음을 가지고 바른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자들에게 풀종다리는 하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작은 목소리들이 모였을 때 세상을 울리는 함성이 될 것이다.

 

작지만 단단한 존재가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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